현인(賢人)이 될 것인지 우인(愚人)이 될 것인지

-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 두레박 줄은 놔두고 남의 집 우물만 탓해서야...

 

현인은 잘못이 있으면 내게서 찾고, 우인은 잘못이 있으면 그것을 네게서 찾는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은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먼저 머리에 떠 올릴 듯하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어느 때부터인가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개인주의가 팽배하면서 잘못을 내게서 찾지 않고 네게서 찾으며, 내 책임을 네 책임으로 돌리고, 내 탓이 아닌 네 탓을 하는 경향이 너무나 만연하다.

이런 아장동사(我將東徙) 하는 후안무치의 위선은 이미 그 도를 넘어 사회를 무너뜨릴 지경이다.

 

천주교에서는 미사 전례의 참회에서 “형제들에게 고백하오니, 생각과 말과 행위로 죄를 많이 지었으며, 자주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3번 가슴을 치고 자신을 돌아보며...).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평생 동정이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천사와 성인과 형제들은 저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라고 하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참회한다.

불교에서는 화엄경(華嚴經)의 중심 사상으로 “일체의 제법(諸法)은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의 나타남이고, 존재의 본체는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일 뿐이라는 뜻"이라 하고 있다.

 

 

실차난타(實叉難陀)가 번역한 보살설게품(菩薩設偈品)에 “만일 어떤 사람이 삼세 일체의 부처를 알고자 한다면(若人欲了知三世一切佛), 마땅히 법계의 본성을 관하라(應觀法界性).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다(一切唯心造).”라는 게송(偈頌)이 나온다. 이 일체유심조의 경계는 모든 것이 마음으로 통찰해 보이는 경계로 마음을 통해 생명이 충만함을 깨닫는 경계이다. 이 모두는 잘못을 내게서 찾지 않고 네게서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또, 맹자에서 맹자는 “행하여도 얻지 못하거든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구할 것이니(行有不得者 皆反求諸己), 자신의 몸이 바르면 천하가 돌아올 것이다(其身正而天下歸之).”라고 하였다.

그리고 논어에서 공자는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라고 하였다.

더 나아가, 송나라 오조 법연선사가, 세 명의 제자와 밤길을 가다가 등불이 꺼지자 제자들에게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고 묻자, 제자 중의 원오 스님이 “조고각하(照顧脚下)”라고 하였다. 이는 앞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에 놓였을 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오로지 자신의 발밑을 잘 살피는 것뿐이며, 먼 곳에 시선을 빼앗겨서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잘못을 내게서 찾지 않고 네게서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하면서 지금 나는 제대로 가고 있는가. 내가 딛고 서 있는 이곳은 어디인가 돌아보게 된다.

 

 

그런데 지난 文정권에서는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건전한 상식의 많은 사람들이 접한 명심보감을 한 번도 읽거나 접하지 못한 자가 너무 많은 듯하였다. 명심보감에는 “자기 두레박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不恨自家汲繩短) 남의 집 우물이 깊은 것만 한탄한다(只恨他家苦井深)”는 구절이 있지만 이들은 이런 글귀를 보아도 외면하였다. 또한 자신의 모자람을 내게서 찾지 않고 그것을 네게서 찾았다. 그래서 이들은 아장동사 하는 후안무치에 위선이 이미 그 도를 넘어 불감증에 걸려있어 어느 누가 이야기를 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얼마지 지나지 않은 지금의 정부에도 소위 스스로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에게 이러한 현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들판에서 풀은 바람이 불면 잠시 눕고 바람이 지나면 다시 일어선다. 사회에서 사람은 가진 권력에 잠깐 엎드리지만 가진 권력이 없어지면 바로 일어선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풀과는 달리, 사람은 때가 되면 그 권력에 기대어 저지른 온갖 잘못에 대해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그 책임을 묻는 것이 염량세태(炎凉世態)다. 그래서 소위 스스로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은 이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승을 정리(定離)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영정 속의 인물이 저지른 위선에 대한 악평을 조금이라도 덜고, 또 파묘에 부관참시를 당하지 않고자 한다면,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네게서 찾는 우인이 아니라 내게서 찾는 현인이 되어야 한다.

물론 이는 우리 모두의 일반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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